엽기&유머
지난 가을 난 단지 오줌이 마려웠을뿐이고....
양승만
2009. 3. 2. 19:01


작년 가을 휴일날,
쇼파에 누워 TV 체널 이리저리 돌려가며
일명,시체놀이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는디 글씨.
하~이거이~~
저를 째려보는듯한 따가운 눈총들 하며...
집안 분위기가 영 아니올씨다 이말임다.
뭐가 그리 불만인지 애들은 입이 대빵 나와 있고
개수대에서 설거지를 하는 무서운 마눌님,
금방이라도 접시를 아작 낼 것 같은 기세로
와그락 달그락거리면서 하시는 말쌈.
"에이구,속터져!! 남들은 도시락 싸들고
산으로 들로 귀경 간다고 난리인데
아빠라는 사람이 애들 보기 민망 하지도 않은감?."
후우~~
이대로 모른척 하며 버티다가는
오늘 일진이 영 사나울 것은 자명한 일이라....
"얘들아,엄마 설거지 끝나면
우리 저기 앞산에 밤이나 주우러 갈까?"

- 입이 귀 밑에 걸리는 아이들과
조금은 누그러진듯한 마눌님의 눈치를 실실 살피며
괜시리 안하던 장난질에 너스레도 떨어가며
그렇게 우리 가족은 앞산에 밤을 주으러 갔씀다.
근데 말임다
야생 밤이라는게 맛은 좋은데 알도 작을뿐더러
벌레 먹은게 참 많더구만요?
하지만 나와보니 가을 바람도 선선하니 좋고
밤 줏는 재미도 쏠쏠해
열씸히 하나, 둘 주워가며 산 모퉁이를 막 돌아 설때,
주먹만한 밤송이가 주렁주렁 열린
때깔좋은 밤나무들이 눈앞에 쫘~악~~
와우!!
심봤따~~~아!!!
힘찬 발길질에
토실토실한 알밤과 밤송이들이 후두두둑 떨어지고
나뭇가지로 밤송이 까가며 부지런히 주워 담는데
"야, 이 도둑놈들아~~!!"
저 아래쪽에서 앙칼진 소리를 질러 대며
득달같이 달려오는 아줌씨가 있었으니
바로 주인이 있는 밤나무였던 게지요.
겁에 질린 애들은 어쩔 줄 몰라 하고
졸지에 도둑놈이 되어버린 저 또한
난감한 상황이기는 마찬가지인데....
"애들아,튀어!!"
하지만,
겁에 질린 어린 애들의 뜀박질은 게 걸음이요
뿔난 황소처럼 씩씩거리며 달려오는 아줌씨는
점점 가까워지는데....


왜 있잖아요.
마당에 고추는 말려놨는데 비는 쏟아지고
방안에 애기는 앙앙 울고... 응가는 마렵고...
그걸... 사면초가라 하는감요?
배속에 장 까지 놀랐는지
그 상황에서 갑자기 오줌이 겁나게 마렵더라 이말임다.
별수있겠쑤?
그냥 바지 춤 내리고 볼일 봤지요.
그런데 말임다.
시원하게 볼일을 보면서 아줌씨를 흘낏 봤더니
바로 지척에서 삿대질에 발만 동동 구르며
어쩔 줄 몰라 하데요?
가까이서 보니 생각보다 젊은 아줌씨이던데
더이상 근접을 못하고 애태우는 걸 보니
고거이~~~~
무서운 무기가 맞긴 맞나 봅니다.
시원하게 볼일 보면서
애들과 마눌님 시간 벌어주고
토실토실한 알밤 챙겨서 맛난 가을밤 보냈씀다.
아따~~오해는 마셈!!
절대로 계산된 행동이 아니었씀다.
저는 밤을 주으러 가서
단지 오줌이 마려웠을 뿐이고...푸헤헤.
